바이트와 친구들

친구들의 취향: 2019. 08.

친구들에게 지난 8월, 꼭 맞는 옷처럼 자신의 취향을 사로 잡았던 곡에 대해 물었다. 어떤 곡의 어떤 점이 친구들의 마음에 들었던 걸까? 느닷 없는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준 친구들 덕분에 이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음 달에도, 다다음 달에도 물어볼 작정이다. 아무튼 친구들의 취향을 같이 확인해보자.

DAx4

Simon Dominic

이현호 (Bite) : Simon Dominic의 전작 [DARKROOM: roommates only] 는 좋은 앨범이었으나 나와 대부분의 팬들이 Simon Dominic 이라는 아티스트에게서 기대했던 성격과는 많이 다른 앨범이었다. DAx4는 Simon Dominic의 2019년 앨범 [화기엄금]의 선공개곡이면서, 이번 앨범이 [DARKROOM: roommates only]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작품임을 보여주는 선언과도 같았다. 길이는 짧지만 2분 내내 뜨겁게 몰아치는 랩은, 최근 여유롭게 흘러가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한국 힙합 히트곡들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타이트한 짜릿함을 선사한다. 곡이 마음에 들었다면 Bite가 제작한 Simon Dominic의 인터뷰 영상도 꼭 확인하자.


Birds Eye View

Bronze (with. amin, Jason Lee)

이재은 (Bite) : 완전 여름 그 자체. 바닷가로 휴가를 계획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실패했음에도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게 해준 노래다. 쨍쨍한 낮에 햇빛이 비쳐 반짝거리는 바다를 연상케하는 도입부부터, 제이슨 리의 연주가 진하게 내려 앉은 노을 바다까지 떠올리게 한다.


El Macho

SarahKayaComson

유은빈 (오디 편집자) : 가벼운데 칠해서 좋았다. 새서미스트리트를 닮은 인형으로 만든 뮤직비디오도 귀엽다. 내가 참여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른다.


Alright

Her Songs

김현호 (전 A&R) : Her Songs의 Alright가 나온지는 좀 됐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이 노래만 주구장창 듣고 있었다. 그냥 마음에 든다. 겹겹이 쌓인 보컬로 만들어내는 화음과 과하지 않게 다가오는 비트까지. 뜯어보면 쓸 부분도 많고 재밌는 부분도 많지만, 이 노래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들으면 들을 수록 내 마음이 물에 잠기듯 노래 속으로 천천히 잠기는 기분이 든다. 나는 그런 기분을 주는 노래가 좋다.


Throw It Back

Missy Elliott

신에다와 (Medianoche 디렉터) : 영상이 특히 마음에 들엇다. 땋은 머리로 줄넘기를 하는 설정이나, 아틀란타의 멋진 댄서들 틈에서 제 식대로 느낌을 살려 춤을 추는 모습 모두 인상적이었다. 물론 미씨 엘리엇의 곡이니 실력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하지 않겠다.


음파음파 (Umpah Umpah)

Red Velvet

띠오리아 (케이팝애티튜드) : 전체적인 소리가 안정감 있다. 악기간의 균형도 다른 케이팝과 차이가 있다. 차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하나 확실한 건 이 차이가 곡 내외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Rikers Island

Raphael Saadiq

김정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 가사를 보면 흑인 인권에 관한 내용인 듯하지만, 실은 몇 년 전 재밌게 봤던 예능 <더 지니어스>에서 참가자들이 탈락할 때마다 나왔던 분위기 있는 삽입곡같이 느껴져서 좋아한다. 선율에 마치 이게 끝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한 은은한 힘이 있다.


Talking Heads

Black Midi

이상훈 (A&R) : 영국의 젊은 익스피리먼탈 록/포스트펑크 밴드 블랙미디의 정신 없이 신나는 곡이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무엇인지 오래 고민하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포스트펑크라고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던 8월, 가장 많이 들었던 밴드가 블랙미디였다. 이 곡의 제목은 밴드 토킹헤즈에서 가져온 듯 한데, 나는 밴드 토킹헤즈도 좋아한다. 에너지 넘치는 블랙미디의 모습을 볼 수 있는 KEXP 라이브 영상을 보는 것도 추천한다.


No More Love Songs

Harrison Brome

백인찬 (A&R) : 노래를 들었을 때 나는 양양에 있었다. 급하게 휴가를 받아서 무작정 떠난 곳이었다. 양양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랜덤재생으로 이 곡이 흘러 나왔다. Electronica의 성격을 지닌 R&B의 느낌도 있고, 'No More Love Songs'라는 제목답게 울부짖는 보컬의 느낌도 있었다. 그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