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트와 친구들

친구들의 취향: 2019. 09.

9월에도 어김없이 친구들에게 각자의 취향을 물었다. 친구들은 이번에도 성심성의껏 그들의 취향을 글로 차근차근 풀어주었다. 아이돌부터 힙합, 밴드, 소울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생각을 스스럼없이 공유해준 친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달에도, 다다음 달에도 물어볼 생각이다.

Feel Special

TWICE

이현호 (Bite) : 곡 자체는 ‘Special’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노랫말에 쓰인 언어들은 그리 새롭다 하기 힘들고, 멜로디는 작곡가 J.Y. Park “The Asiansoul”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너무나 익숙한 향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음악을 특별함으로 완성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힘이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이자 동시에 멤버의 부재를 포함해 크고 작은 어려움과 부딪혀온 Twice라는 그룹이 타이틀 곡의 후렴으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 같다가도, 사라져도 모를 사람 같다가도’라는 구절을 소화하는 감각은 그동안의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것이었다. 한국의 아이돌, 특히 걸 그룹의 경우 아티스트의 성장은 ‘성숙함’, ‘강함’의 이미지로 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스스로 느끼는 불안과 위기감을 이렇게 전면적으로 활동에 드러낸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뿐만 아니라 곡은 단순히 넋두리에 그치지 않고, 아티스트와 팬들이 서로 의미로서 소통하는 것으로 그 위기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담백하지만 중요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아티스트 본인들뿐만 아니라, 곁에서 지켜보는 TWICE의 팬들에게 지금 큰 위로가 된 곡이 아니었을까 싶다.


GO HOME

Sokodomo

이상훈 (A&R) : 이런 글에 자신이 참여한 작품을 다루는 것 자체가 반칙이긴 하지만 한 달간 가장 많이 듣고 좋다고 생각했던 곡이라 (솔직하게) 선정하였다. 랩을 잘하거나 스타일이 특이하거나 웃긴 콘텐츠를 만든 래퍼가 성공하는 시대는 지나고 모든 면에서 뒤처짐이 없으면서도 특유의 '반짝임'이 있는 아티스트만 청자의 관심을 겨우 받을 수 있는 한국 힙합 씬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동시대 래퍼 중 그만의 반짝임이 돋보이는 20세 래퍼 소코도모의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Goodnight Moon

Shivaree

김정원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이 나왔다고, 또 그에 맞춰서 글 하나 쓴답시고, 그의 필모그라피를 다시 훑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워낙 '문화광'이기에 소개하고 싶은 노래야 엄청나게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킬 빌 2>의 엔딩에서 우마 서먼이 모든 복수를 마치고 홀연히 떠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쉬바리의 'Goodnight Moon'이다. 밴드의 유일한 히트곡이었지만, 고독하고 도도한 '쎈 언니'의 느와르함을 표현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노래다.


Run To Me

Brittany Howard

최다현 (HipHopLE 에디터) : 휘트니 휴스턴은 “Run To You”에서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상대방에게 솔직히 드러냈지만, 브리트니 하워드는 “Run To Me”에서 상처받고 삶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히려 자신의 어깨를 내어준다. 인종차별이 심한 알라바마 주에서 태어난 흑백 혼혈인이자 LGBTQ인 브리트니 하워드는 어린 시절 인종 혐오를 겪었고, 자신을 음악의 길로 인도해 준 친언니를 병으로 잃었다. 삶의 가치관이 성립되는 시절에 부정적인 사건을 잇달아 겪은 셈이다. 그러나 그는 결코 좌절하거나 무너지지 않았다. [Jaime]는 자기 탐구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이 모두를 사랑으로 극복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내가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다른 이들을 밀어내고, 상처를 주려 했던 나의 지난날을 반성하게 만들었던 올해의 노래.


Breakthrough

TWICE

띠오리아 (케이팝애티튜드) : 6월에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을 때, 이 곡을 ‘Cheer Up’이나 ‘TT’, 혹은 ‘Signal’ 따위보다 먼저 냈었다면 나도 원스였을지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Feel Special] 음반에 한국어 버전이 수록된 기념으로 한국어 버전과 같이 비교해가며 다시 들어봤는데, 여전히 감각적이고 아름답다. 그에 비해 ‘Feel Special’은 조금 아쉬웠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방향성을 선회한 트와이스 2.0의 마일스톤이 될 곡.


Prism

SHINee

김현호 (전 A&R) : 3년 전에 나온 곡이다. 투스텝 베이스의 아이돌 곡을 찾다가 소개를 받아 듣게 되었다. 분명 발매됐을 때 앨범 전곡을 열심히 돌렸는데, 왜 그때는 이 노래를 캐치하지 못했을까. 심지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아이돌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때는 그저 그랬는데, 지금은 그저 그렇지 않은 것. 음악을 듣다 보면 이런 일을 자주 마주한다. 사실 9월에는 듣고 신날 수 있는 음악이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렇게 투스텝을 찾았나 보다. 샤이니의 Prism은 그런 내 상황에 딱 맞는 곡이었다. 너무 많이 들어서 좀 질리긴 했지만, 11월에도 열심히 들을 예정이다.


Chicago dinner

KOTA the Friend

XIMON (음악가) : 요즘같이 날씨가 갑자기 바뀌는 시기에는 무겁고 진한 랩을 굳이 찾아 듣지 않게 된다. 이어폰을 끼고 거리를 걸을 때 듣기 편하면서 Chill 한 느낌의 곡이 더 크게 와닿는다. 코타 더 프렌드의 이 곡이 그렇다. 물론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딱 그 사이에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