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트와 친구들
친구들의 취향: 2020. 02.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문을 닫았다. K리그는 개막을 연기했고,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는 진행 중이지만 언제 중단될지 모른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 NBA가 잠시 문을 닫았다. 유럽 축구도 일부는 잠시 셔터를 내렸고, 일부는 셔터를 언제 내릴지 논의 중이다. 세상 모든 게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매일 아침 지하철은 움직이고 우리는 출근을 하고 틈 날 때면 음악을 듣는다. 재택 근무라고 해도 일을 한다는 사실은 변함 없다. 달라진 것 같지만 그렇게 달라지지 않은 2020년 2월. 바뀐 것 같지만 바뀌지 않은 그들의 음악 취향을 하나씩 들어보자.
Sleeping Beauty
Epik High X SEKAI NO OWARI
이현호 (Bite) : 지난달에도 Epik High의 곡에 대해서 썼지만, 사실 내가 별 생각 없이 음악을 들을 때 가장 많이 듣는 아티스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 곡은 발매된 지 한참 지나서 최근에서야 알게 된 곡이고, 곡보다는 애니메이션으로 된 뮤직비디오가 눈에 띄여서 여러 번 듣게 되었다. 특히 이 곡에서 Tablo의 랩 가사는, 만약 사랑에 대해서 설명할 일이 있다면 꼭 인용하고 싶은 노랫말이다.
Bulls on Parade
Rage Against the Machine
김경태 (인천에서 도 닦는 사람) : 아무리 도 닦는 삶을 산다고 해도 매일같이 쿠팡이랑 마켓 컬리에 의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니면 이것이 진정으로 하늘의 시험인가? 아무튼 봄 시즌 전 만나기로 했던 몇 되지도 않는 약속들이 결국 다 뭉개지니까 분노가 차오른다. 역시 우리는 사람 인, 사이 간들인 것이다. 이렇게 짜증이 날 때는 F# 기반의 코드 몇 개로 왱왱왴쾤왱왱왴쾤왴쾤 머리를 부셔버리는 노래를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 톰 모렐로(Tom Morello)의 기타 솔로도 복잡하게 왼손 운지 신경쓸 필요 없이 에어기타를 칠 수 있으니 얼마나 완벽한가.
Play Too Much
Kyle Dion (Feat. UMI, Duckwrth)
김현호 (A&R / @meongtoes) : 음악을 고르는 기준이 몇 가지 있다. 멜로디가 귀에 감겨야 한다. 곡의 분위기와는 별개의 문제다. 벌스와 후렴 사이에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잘 만든 곡은 후렴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로 전환 되어도 납득할만한 이유를 곡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특징을 지닌 곡을 모두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곡은 대부분 이 기준에 대부분 부합한다.
지난 한 달, 이 기준에 가장 알맞다고 느낀 곡은 카일 디온(Kyle Dion)의 'Play Too Much' 이다. 시작부터 떨어지는 간결하고도 깔끔한 멜로디, 개연성을 잃지 않는 진행, 적절한 시기에 등장하는 우미(UMI)의 산뜻한 보컬과 덕워스(Duckwrth)의 부담 없는 래핑. 어느 요소 하나 뾰족하게 튀어나온 것 없이 둥글게 조화를 이룬다. 놀랍게도 이 곡은 카일 디온이 다른 가수의 피처링을 처음 받아본 곡이라고 한다. 혼자서도 잘하는 아티스트지만, 이런 결과물을 낼 수 있다면 피처링을 몇 번은 더 받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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永遠の不在証明
東京事変
띠오리아 (케이팝애티튜드 / @theoria_) : 2월엔 많은 일이 있었다. 어머니의 건강 문제, 코로나 아웃브레이크, 끊임없는 데모 작업, 약간의 건강 저하, 여전히 녹음하지 못한 이달의 케이팝 탐구, 공개적으로는 말하지 못 할 몇 가지 슬픈 일, 슬기 님과 웬디 님의 탄신일, 그리고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과 한대음의 어퍼컷까지. 그리고 2020년 2월의 마지막 날이자 4년 만에 돌아온 2월 29일엔 이 곡이 공개되었다.
시이나 링고(椎名林檎) 데뷔 5주년 기념 콘서트의 백밴드로 시작된 도쿄지헨(東京事変)은 9년의 활동을 끝으로 해체했고, 그게 이 곡이 나오기 딱 8년 전이었다. 새해 자정에 컴백 티저를 공개하며 갑작스런 부활을 알렸던 이 밴드는 오랜 기간 나의 최애였다. 정확히는 시이나 링고가 최애였다. 그의 데뷔 시절부터 팬이었고, 거의 모든 피지컬 앨범을 소장 중이다. 앞 문장엔 몇 년 전까지 거의가 없었다. 최애였다라고 썼지만, 사실 이제는 최애가 아닌지도 딱 잘라 말하지는 못한다. 반평생이 훨씬 넘는 긴 시간을 좋아한 음악가니까.
이 곡은 4월에 일본에서 개봉 예정인 명탐정 코난 극장판의 테마곡이고 동시에 아마도 4월에 발매될 도쿄지헨의 재결합 음반 수록곡인 듯하다. 이 곡이 발매된 2월 29일은 앞서 언급했던 도쿄지헨의 8년 전 해체일이자 재결합 투어 News Flash의 첫날이기도 하다. 도쿄지헨은 늘 TV 채널을 컨셉으로 활동해왔고, 그 컨셉이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을 투어 제목에서 알 수 있다.
시이나 링고는 2020 도쿄 올림픽의 음악감독이고, 사실 나는 이 밴드의 재결합이 어느 정도는 도쿄 올림픽과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곡은 시이나 링고와 도쿄지헨을 꾸준히 들어온 사람이라면 예상 가능한 범위 내의 곡이다. 다른 음악가라면 그것이 감점 요인이겠지만, 어쩌면 그의 팬에게는 그게 이 곡의 매력이기도 할 테다. 코난은 마지막으로 본 것이 최소 15년 이상이기 때문에 잘 어울리는지 전혀 모르겠다.
곡에 대한 감상은 없고 배경만 쓴 이유는 사실 시이나 링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이제는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의 오랜 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의 행보나 그의 음악에서 회의감을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음악에 대해서는 가치판단이 흐려지고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그럼에도 이 곡을 취향 글에 쓰고 있는 걸 보면 나는 여전히 그를 꽤 좋아하나 보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정재형
심은보 (VISLA Magazine 에디터 / @shimeunboss) : 부정적인 감정에 시달린 2월, 3월이었다. 혼자 있는 상황에서 우울이 나를 덮쳤다. 저주가 담긴 언어로 튀어나오려 했다. 나를 갉아먹는 시간이 늘어났다. 어떻게든 풀어야 했다. 술김에 실수를 저지를 게 분명했다. 술김이 아니더라도 나를 구덩이에 처박고 있었다. 집안을 뒤졌다. 어릴 적 연습하던 낡은 베이스가 있었다. 튜닝하려 했지만, 너무 오랫동안 사람의 손을 떠났던 베이스의 줄은 툭 하고 끊어졌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다 막냇동생이 장난감으로 쓰던 전자 피아노가 있던 게 생각났다. 발코니를 찾아 전자피아노를 꺼내 전원을 연결했다. 지터 노이즈가 잔뜩 끼어있고 건반을 누를 때마다 다른 건반의 음이 조금씩 섞여 들어온다. 5가지 음 이상을 누르면 신호가 엉키는지 이상한 음이 나온다. 그래도 방법이 없었다. 피아노 건반에 손을 얹고 정재형의 “사랑하는 이들에게”를 연주했다.
왜 하필 이 곡이었을까. 나는 그 누구의 앞에서도 이 곡을 친 적이 없다. 이 곡을 연주할 때는 항상 혼자였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들려줄 목적으로 연습한 것도 아니다. 그래도 가끔은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앞으로 사랑할 사람들 혹은 내가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그렇게 이 곡을 연주하며 우울감을 덜어냈다. 듣는 것만으로 해결이 안 될 땐 직접 연주하는 방식도 있단 걸 깨달았다. 요즘도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이 곡을 연주한다. 더 좋은 소리를 내게 들려주고 싶어서 새로운 키보드를 알아본다. 우울함이 사라지는 순간이 오면 잠에 든다.
Marka
Dub Phizix & Skeptical (Feat. Strategy)
김용후 (비트메이커 / @yngh.hoodiak) 나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만난 어떤 인디언이 '이 속에 당신이 찾던 것이 있소'라며 건낸 담뱃대를 한 모금 빨았는데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져서 정신을 차리려 애를 써보니 벌써 밤이 깊었고 주위를 둘러보니 시뻘겋게 분장한 아까 그 인디언이 나를 모닥불 앞에 앉혀놓고 이상한 의식을 하고 있어서 무섭고 어색하고 이상한 느낌에 '도망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기회를 엿보다가 그 와중에 돋아난 호기심 때문에 인디언의 의식을 지켜보고 있다 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고 나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었고 이런 내가 싫지 않은 느낌을 주는 곡.
So What
LOONA
김현미 (전 ㅍㅍㅅㅅ에디터, 케이팝관전러 / @wolfandhorse) : 케이팝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주변에서는 십중팔구 방탄소년단(BTS)의 인기요인을 묻는다. 내 답변도 정해져 있다. 일단 훌륭한 음악과 퍼포먼스 능력을 갖췄다는 전제하에, 미국에서 찍은 리얼리티로 북미 팬들과의 친밀도를 높였다거나 소년 같은 매력이 신선했다거나 SNS를 통한 실시간 소통 등이다. 그런데 사실 설명하기 어려운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말하자면 ‘세계관’을 잘 구축했다는 것이다.
‘화양연화 3부작’은 성장통을 겪은 소년들의 처연한 세계를 구현했다. 이 세계관은 일관성 있는 앨범 컨셉과 음악(가사), 뮤직비디오, 방탄소년단의 일관된 메시지로 완성되었다. 실재하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세계이니 현실이면서도, 방탄소년단이 만든 음악 속의 세계이니만큼 환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들은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오가면서 두 세계에 매혹된 사람들을 모두 자신들의 팬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달의소녀(LOONA)는 바로 이 세계관의 환상성 측면을 극대화한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방탄소년단의 접근법보다 더 거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이 청소년의 성장소설에 가깝다면, 이달의소녀의 세계관은 각 멤버가 고유의 속성을 가진 일본 애니메이션 쪽에 더 가깝다. 이는 데뷔 전부터 기획해 왔던 정병기 프로듀서 개인의 창작물이기도 하다. 아이돌 그룹의 성공 여부가 절반 이상 기획력에 기댄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자기 세계가 굳건한 프로듀서는 이달의소녀에게 나름의 호재였을 것이다. 덕분에 이달의소녀는 국내 성공 여부에 비해 유의미한 규모의 해외 팬덤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번 컴백의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정병기 프로듀서가 이번 컴백부터 이달의소녀 프로젝트에서 빠진 것이다(!)
자, 위기에 빠진 이달의소녀. 그러면 신곡 <So What>은 어떻게 된 걸까? 정병기가 빠지자, SM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이수만이 왔다. 이수만이 이달의소녀 신곡을 프로듀싱했다는 뉴스가 뜬 날 SNS는 그야말로 대경실색을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아무도 모르지만, 뭐 이렇게 됐으니까… 이수만은 이달의소녀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이수만이 이달의소녀에게서 끌어올린 것은 여성 아이돌 그룹에게서 찾기 힘든 강렬한 퍼포먼스다. 이달의소녀가 그간 선보인 <Hi High>의 청량한 컨셉이나 <Butterfly>의 몽환적인 컨셉에서는 퍼포먼스가 주목받기 어렵다. 그에 반해 소위 ‘걸크러시’ 컨셉은 퍼포먼스 능력을 전면적으로 선보이기 적합하다. 하지만 걸그룹으로서 파워풀한 컨셉은 쉽사리 성공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이수만은 그런 의미에서 적임자다. SM에서 일련의 아이돌 그룹을 지휘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이달의소녀에게 접목시키는 방향으로 풀어낸 것이 이번 신곡 <So What>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병기 프로듀서가 쌓아 올린 세계관 기획이 흩어졌다. 기존의 이달의소녀 팬들은 충분히 궁금증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오드아이서클(이달의소녀의 두 번째 유닛)’은 어디 갔지? 멤버들의 상징 메타포는 어디 갔지?
말하자면 이수만이 보여준 것은 익숙한 케이팝의 성공 공식이다. 타율이 높지만 신선하지는 않다. 정병기가 보여준 것은 기존에 없던 공식이다. 성공은 보장되지 않지만 차별성은 확실하다.
이수만의 이달의소녀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보류다. 지금 여자아이돌 팬덤 쪽에서는 꽤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달의소녀를 다른 그룹과 차별화시키던 지점은 놓쳤다는 점에서 보류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다음 앨범에는 이 부분을 짚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냐하면 케이팝 팬덤은 수준 높은 퍼포먼스와 잘 짜여진 세계관을 합쳤을 때 일어나는 거대한 폭발, 방탄소년단을 목격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달의소녀가 넥스트 제네레이션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준비물은 갖춰졌다. 다음 기획자의 상상력을 기대한다.
꿈꿨어
네이처
Urakkai haruki (연남동 음교익) : 언제나 즐겨듣는 이 곡을 가까운 지인에게 추천했을 때 들었던 말은 이와 같았다. “생긴 건 인상 드러운 아저씨 주제에 가슴 속에 아가씨-정확히는 おとめ라는 단어였지만-를 품고 사시네 이 양반” 그 곡이 무엇이냐 바로 오늘 소개드리는 네이처(NATURE)의 “꿈꿨어”이다.
짝사랑이라는 테마를 이 나이 먹고 이야기 해 보았자 제대로 이룬 것 없는 그저 그런 중년이 내뱉는 가치 없는 한탄에 가까운 평가를 듣겠으나 아이돌이란 무엇인가, 대중에게 꿈을 주는 존재들이다. 그런 분들이 노래하는 상큼발랄한 짝사랑은 청자에게 Dream을 부여하는 달달한 솜사탕 같을 것이겠지….(찌질찌질) 뭐 사람들이 이런 거 좋아하다 보면 버추얼 아이돌도 좋아하고 러브플러스랑 결혼도 하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문제발언)
아이돌 계보학과 작곡가 분류학적인 (뭐 임마?) 시선으로 접근하면 조상님으로서는 소녀시대(SNSD)의 'baby baby' 를 거쳐 에이프릴(April)의 '꿈사탕'을 잇는, 황성제-버터플라이의 근작으로서 그 시대를 살아온 일빠 취향의 아저씨인 나에게야 너무나 취향의 후두엽 안 쪽을 격산타우로 때려갈기는 명곡이라 생각하건만… 지금의 대중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해 보았자 시대감을 따라가지 못하고 산 입구에서 주저앉은 채 막걸리나 한잔 하는 등산객 아재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라 타인에게 쉽사리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 채 유튜브를 돌리는 숨은 팬이 되고야 말았다.
참치 마요 비빔밥
과나
리마술 (무소속, 기호 3번) : 나는 과나(gwana)라는 유튜버의 등장 때부터 그 재능을 눈여겨봤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진작에 그의 콘텐츠가 가진 매력을 알아봤고, 덕분에 그는 영상을 겨우 한두 개 올렸을 때부터 이미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의 콘텐츠는 '요리 + 음악 + 영상'으로 이루어진다. 즉, 영상을 통해 노래로 요리의 레시피를 알려주는 콘텐츠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끄는 것은 그 세 가지를 단순히 조합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요소 하나하나가 신박하고, 서로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미술대학을 나와 어린이 만화를 그렸다는 경력이 느껴지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 그리고 보는 순간 침이 고이게 하는 대중적이면서 독창적인 레시피, 물론 그것들도 훌륭하다. 하지만 나는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과나의 음악을 이야기하고 싶다. 먼저 멜로디 메이킹 능력이 보통이 아니다. 변조된 목소리로 불리는 탓에 장난스럽게 들리지만, 금방 귀에 익고 따라 부르고 싶은 멜로디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과나는 매 영상마다 다른 장르를 시도하는데, 매번 그 장르의 어떤 요소를 재밌게 활용해야 할지 정확히 이해하고 노래를 만든다. 또 레시피를 가사로 풀어내면서도 라임과 포인트를 살릴 줄 알고, 노래는 별다른 악기가 많이 사용된 것도 아닌데 지루해질 틈 없게 잘 편곡돼 있다.
과나에게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 계기는 바로 두 번째 영상 (혹은 트랙) "돼지 고추장 비빔국수"였다. 그는 이 트랙에서 트랩의 요소를 가져와 구수한 랩을 한바탕 펼친 뒤, 술 한잔을 하는 장면 이후 멈블랩으로 변화를 주는 묘수를 둔다. "치즈잔치"의 훅 파트는 당장 음원으로 내도 대중적으로 먹힐 만한 캐치함이 있다. "떡볶국"은 트로트+랩+민요라는 괴조합이 과나라는 육수 안에서 훌륭한 국밥이 된 예다. 지금 알람에 뜨자마자 감상한 신곡 "참치 마요 비빔밥"도 결코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앞선 [BIBIMBAP] 시리즈 "고추장 계란 비빔밥"과 마찬가지로 재료들의 합창으로 전개되는 이 노래는 듣는 이에게 왠지 센티한 기분과 참치 마요 향을 동시에 남긴다. 이 기분을 어찌하지 못하고, 평소에 요리도 안 하는 내가 곧 재료를 사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