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크리에이터 이야기: 박지영
아직도 '크리에이티브'라고 하면 캄캄한 방 한구석에 앉아 자신만의 재능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통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천재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의 창작 작업, 특히 바이트의 창작 작업은 다양한 소속과 환경의 많은 크리에이터들과의 교류와, 협력과, 도움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각자 마음속에 있는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생각과 고민은 다를 것이다. 그래서 주변 크리에이터들의 귀한 시간을 빌려 그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번에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본 크리에이터는 HIPHOPLE에서 cynthesizer라는 필명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박지영 님이다. 바이트와도 THE:RISE NEW TRAP, 여러 인터뷰 프로젝트 등을 함께 제작한 박지영 님에게 그동안의 이야기와 좋은 크리에이티브에 관해서 물어 보았다. - 이현호
챕터 1. 미국에서
이현호 : 지영 님을 모르는 분에게 본인을 소개한다면 어떻게 소개하고 싶으세요?
박지영 : 그냥 박지영이라고만 소개할래요.
이현호 : 좋습니다. 우선 지영 님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며 전공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은데요, 영화를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나요?
박지영 : 대학교 이전 학교에 다니면서는 특별히 목표를 두고 열심히 한 기억은 없어요. 그냥 뭐든 잘했고, 선생님 말씀도 잘 따랐고, 혼자서 공부도 하고 숙제도 잘했지만 뚜렷한 목표는 없었죠. 공부로 1등을 하고 싶다거나, 최고의 대학을 가고 싶은 욕심이 있거나 그렇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냥 대학에 입학한 후 전공을 골라야 했어요. 과학이나 그런 건 아예 관심이 없었고, 크리에이티브에 관련된 전공을 하고 싶어서 문학이나, 미디어 같은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저는 방송 쪽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영상, 방송, 영화... 그런데 저희 학교에 전공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그중에 필름 스터디 전공을 고른 거죠.
이현호 : 그런데 필름 스터디라고 하면, 방송에 관련된 실무 전공이라기보다는 뭔가 학문적인 느낌이 강한 이름인데요.
박지영 : 맞아요.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는데, 영화의 역사, 흑백 영화 시절부터 영화 배급사의 역사나, 매주 스크리닝이 있어서 찰리 채플린 영화부터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미장센에 관한 것들, 그리고 샷의 이름들... 그런 걸 배웠어요. 영화가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역사를 배운 거죠. 처음에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역사를 배웠고, 3-4학년 때는 아시아나 다른 나라들의 독립 영화들도 배웠고.. 그리고 4학년 때는 영상 프로덕션, 시나리오 중에 고를 수 있어요. 저는 조금 더 스토리 텔링에 관심이 있어서 시나리오를 고르고, 시나리오를 한 편 쓰고 졸업을 한 거죠.
이현호 : 원래 스토리 텔링에 관심이 있었던 거예요?
박지영 : 제가 초등학교 때 미국에 왔잖아요. 한국에서 막 왔을 때는 친구가 없었죠. 그런데 엄마가 얘기하기로는 그 때 제가 책 읽는 걸 좋아해서, 학교 도서관에 책을 몇 권 읽었는지 기록해서 많이 읽으면 상을 주기도 했는데 제가 거기서 상도 받았대요. 혼자서 책을 엄청 많이 읽고, 영어 책으로 영어를 터득하는 과정에서 스토리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Creative Writing 수업도 많이 들었거든요. 이야기를 좋아했고 그게 저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릴 때부터 약간 어두운... 뭔가 화려한 스토리가 있다기보다는 심리적인 내용이나, 잔잔한데 감동이 있는 걸 좋아했어요. 겉에서 보이는 것과 내면에서 느끼는 것의 차이 같은 거.
이현호 : 그럼 영화를 공부하고, 졸업하는 과정에서도 계속 방송 일을 하고 싶었나요?
박지영 : 시나리오랑 방송이랑 관계가 있잖아요.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엄마랑 드라마 프렌즈를 다 봤거든요. 그때 항상 엄마랑 저런 걸 하면 재미있겠다, 저런 데서 일하고 드라마를 만들고 인물들을 만들어 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방송을 만드는 작가나 이런 각자의 역할들이 정확히 뭘 하는지는 모르니까 그냥 막연히 방송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특히 한국에서 방송 쪽 일을 하고 싶었어요.
챕터 2. 한국으로
이현호 : 미국에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에 많이 오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박지영 :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살다 보니까, 그냥 내가 있지 못한 나라에 대한 환상이랄까 그런 게 있었어요. 서울에 잠깐 왔을 때도, 놀러 온 거니까 모든 게 재미있어 보이고 화려해 보이고 그런 게 있었어요. 자라면서 엄마 아빠랑 한국 티비를 많이 봤기 때문에 저기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나는 저 사람들이 아닌데, 나도 저 사람들의 인생을 살고 싶다. 한국 음악, 한국 힙합도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 가사들을 보면서 영감을 받고, 그 래퍼들이 활동하고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이현호 :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한국에 온 거네요.
박지영 : 2018년 여름에 한국에 왔죠. 저는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고 살아서, '내가 앞으로 이렇게 해야겠다'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기회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한국에 오게 되고, 어떻게 하다 보니 회사에 들어가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아직도 가끔 내가 여기 있는 게 신기할 때도 있어요. 일상이 되면서 설렘은 없어졌지만 내가 맨날 꿈꾸고 있던 곳에서 내가 일하고 있다는 게 신기할 때가 있죠.
이현호 : 꿈꾸던 것처럼 실제로 한국에서 일하기 시작하니까 어때요?
박지영 : 그런데 저는 항상 새로운 곳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너무 빨리 익숙해지고, 재미없어지는 편이에요. 일단 서울은 너무 재미있는 도시기는 한데, 여기서 매일을 살면서 느끼는 건 다 너무 빠르고, 다 너무 똑같고, 사람들이 튀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기의 개성을 드러내는 걸 무서워하고... 사실 저도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반대인 사람들을 보면서 영감을 받아야 하는데 이 사회에서는 그런 사람을 보기 힘든 것 같아요. 그리고 다들 핸드폰만 보고 있고...
이현호 : 크리에이터로서는, 미국과 한국의 크리에이티브한 분위기에 대해서 느끼는 차이점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박지영 : 미국에서 살다가 와 보니 저는 오히려 한국이나 이런 작은 커뮤니티들이 더 크리에이티브한 능력이 많은 것 같아요. 나라가 작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더 힙한 걸 좋아하고, 미국에서 사람들은 사실 그런 걸 별로 신경 안 썼거든요. 그냥 스타벅스 가는 거고, 옷도 크게 신경 안 쓰고...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런 동네, 그런 분위기, 그런 사람들을 많이 찾아다니는 것 같아요.
이현호 : 그럼 크리에이티브적인 교육 환경은 어떻게 다른 것 같아요?
박지영 : 환경 측면에서는 미국이 확실히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개인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환경이기는 해요. 성적보다는 본인의 목소리를 내는 게 훨씬 중요하고. 그런 게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미국 사회에서는 무조건 자기 의견 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죠. 한국은 상사를 조용히 따르는 걸 좋아하는 문화잖아요. 그게 제일 차이점이죠.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미국에 가면 사람들이 말이 되게 많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챕터 3. 크리에이티브 이야기
이현호 : 지금은 한국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계시잖아요. 지영 님이 생각하는 좋은 콘텐츠란 무엇인가요?
박지영 : 어려운데요. 좋은 콘텐츠... 그냥 문화를 위한 것 아닐까요?
이현호 : 제가 지영 님께서 만드는 힙합 관련 콘텐츠들을 봤을 때는, 힙합 씬의 신인들을 조명하는 부분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그것도 문화를 위한 거겠죠?
박지영 : 사실 저는 오히려 1세대 힙합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콘서트에 가서 몸으로 느끼고, 다들 프리스타일 싸이퍼 보고, 이랬을 때. 음악이 조금 더 진중했을 때. 그런 느낌을 좋아해요. 그래서 신인들을 다룰 때는, '신인들의 음악이 좋아서'라는 이유는 아니고 신인들을 조명해야 이 문화가 굴러간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팬들이 이미 셀럽이고, 톱스타인 아티스트들을 좋아하는 경우는 이 문화를 좋아하지 않아도 그냥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고 존경해서라는 이유일 수 있잖아요. 이 문화 전체가 유지되려면 신인들이 많이 알려져야지 또 다음 세대가 열리고 계속 흘러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제 개인은 음악을 들을 때 신인들의 음악을 일부러 찾아 듣지는 않는다고 해도, 문화를 위해서 그들을 알려야 하는 게 맞죠. 지금은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죠. 그들을 소개하고, 제가 1세대 힙합의 팬이었던 것처럼 이제 또다시 그 신인들의 팬들이 생기게 만들어야죠.
이현호 : 콘텐츠를 만드실 때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박지영 : 요즘 제가 영감을 받을 곳이 많지 않아서 영화 쪽에서 영감을 많이 받으려고 하는데,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를 수상하면서 마틴 스콜세지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언급했잖아요. 저도 자라면서 힙합을 좋아했던 이유가 개인적인 내용을 담은 가사에 있었거든요. 저 같은 사람들이 지금도 많다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들이 꼭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많이 쓰거나 댓글을 많이 다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런 걸 봤을 때 좋아하고 영감을 받을 거라고 생각해서 저도 신인들을 인터뷰할 때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꺼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한 사람으로 봤을 때 그 사람이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됐는지부터 시작해서,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그의 음악을 듣지 않아도 그 음악의 느낌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봉준호 감독도 본인이 튜터를 하면서 실제로 겪은 것들을 바탕으로 '기생충'을 만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저도 단순히 뮤직비디오나 가사, 음악이 어떤지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이 신인 아티스트들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사람 대 사람으로 접근한다면 감동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현호 : 개인 홈페이지도 갖고 계시죠.
박지영 : 저는 항상 아카이빙을 하고 싶어 해서, 저만의 아카이빙용 공간이에요. 저의 관심사나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글이나... 저는 사람이랑 대화할 때는 말이 없는 스타일인데 생각은 많거든요. 그 생각들을 표현하는 공간인 거죠.
저는 말 많은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해요. 말이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생각을 많이 하고 조금 더 감성적이거나 예술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멋있는 것 같아요. 말이 많은 사람은 자기 말만 하는 동안 말이 없는 사람은 거기서 분석을 하고, 생각을 하고, 느끼는 걸 기록하고 이럴 수가 있잖아요.
이현호 : 사진도 찍으시고, 글도 쓰시고, 음악을 만드실 때도 있고, NAVER NOW 쇼의 작가도 하시고... 창작에 대한 에너지가 많은 것 같아요.
박지영 : 저는 창작을 하고 싶어 하죠. 창작을 해야 삶의 의미가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싶고.
그냥 돈을 벌어서 좋은 옷 사고 맛있는 것 먹고 이런 건 결국 충족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산 다음에 또 사면서 계속 반복하게 되는 거잖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항상 허탈함을 느끼는 사람인 것 같아요. 항상 불만족. 대학 다닐 대도 여기서 언제 나가나, 빨리 사회에 들어가고 싶다 생각했고. 사회로 들어온 다음에는 또 나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나는 지금 뭘 하나, 인생은 뭐냐... 그리고 제가 런던에서 잠깐 지낸 적이 있었는데, 런던이 너무 아름다운 도시잖아요. 그런데 런던에서도 또 우울하고, 나는 무엇인가 생각하고… 이렇게 계속 불만족하는 편인데, 그렇게만 있으면 너무 부정적이게 되잖아요? 그래서 환경이랑 상관없이 내 자신이 의미를 찾아야 한다. 파티하고 재밌게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하루 지나면 없어지잖아요. 그러니까 지나가는 것들을 뭔가 기록을 해야겠다 생각을 하죠. 뭔가 내 걸 만들어야 한다.
인생을 살면서 있는 스토리들을 아름답게 포장해서, 그냥 단순히 살아가는 게 아니라 모든 게 영화의 장면이 됐으면 해요. 영화도 배우 시스템이 없었을 때의 완전 초기의 영화들을 보면 진짜 일반인들이 나오거든요. 영화가 일반인의 모습을 기록했는데 그 안에 지나가는 모두가 자기만의 영화를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단지 어떤 게 화면에 비춰지냐의 차이잖아요. 그래서 모든 사람을 비춰주고 싶어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나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 하죠. 한 명이라도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느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제가 항상 생각하는 게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시선으로 보잖아요. 나는 나만의 생각을 하는데, 나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일 뿐인 저기 다른 사람은 또 그 자신만의 생각을 하고 있잖아요.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나는 내가 중심인데 또 다른 사람에게 나는 그냥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고… 그게 너무 신기해요.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시선들, 다른 사람들은 뭘 생각하고 있는지.
이현호 : 크리에이터로서 지영 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게 있다면 뭘까요?
박지영 : 저는 쉽게 표현하면 마이너적인 걸 좋아해요. 화려한 잡지나 이름이 큰 회사들의 스타일 있잖아요. 짜여지고, 완벽하고. 저는 그런 것보단 소소한 것, 그리고 독립 잡지를 보면 사진들이 되게 느낌이 있는데 그런 걸 하고 싶어요. 요즘 사람들이 힙한 걸 좋아하는 것도, 맨날 보던 것과는 다른 걸 추구하는 거잖아요. 요즘 사람들도 그런 걸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박지영 님의 사진 작업들.
챕터 4. 앞으로는 뭘 하고 싶어요?
이현호 : 항상 새로운 곳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하셨죠. 앞으로 또 꿈꾸고 있는 게 있나요?
박지영 : 런던에 다시 가고 싶어요. 3개월 정도 있었는데, 대학교 3학년 때 Study Abroad 프로그램으로 다녀왔거든요. 같은 전공이 있는 각 나라의 학교에 신청할 수 있었는데, 당시에는 런던이 그냥 대중적인 도시니까 거길 다녀왔죠. 공부는 안 했지만. 그런데 제가 대학교 때는 조용하고 말 없고 혼자 시간 보내는 애였는데, 친구들이 얘기하기를 제가 런던을 다녀오고 되게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단순히 밝아진 게 아니고 더 목표가 뚜렷해진 것 같다고 했어요. 그런데 저도 런던 가서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하고,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서는 다시 잠잠해지긴 했지만, 그 순간에는 새로운 환경으로 인해서 느끼는 것들이 있었잖아요. 내가 없어 봤던 곳을 탐험하는 느낌? 그래서 저는 새로운 환경이 저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의 꿈은 돈을 많이 벌어서 마음껏 여행할 수 있는 여유. 아름다운 나라가 너무 많으니까. 런던 말고 스페인도 너무 좋아요. 런던에서 유학하던 중에 다녀왔었는데 그곳의 나른하고, 천천히 여유 부리고, 외모적인 거에 신경도 안 쓰고, 그냥 편한 티셔츠에 바지만 입으면 충분하고. 서로 판단하고 이런 게 없는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한국은 겉으로 보이는 거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까. 겉으로 보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만큼 다른 사람을 계속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 데 집착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에 대해 더 깊숙한 걸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현호 : 그럼 크리에이터로서도 갖고 있는 목표가 있을까요?
박지영 : 그냥 모든 사람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환경? 내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이런 사람들이 많이 생기면 그게 모여서 환경이 될 수 있겠죠. 사회 시스템 안에서 하루하루를 똑같이 보내는 사람들이 많고 거기서 지침을 느끼잖아요. 그런데 그 안에서도 뭔가 새로움이나 소소한 설렘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좋겠죠.
이현호 :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지영 : 저는 그냥 모든 사람이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자기 인생의 크리에이터 아닐까요? 그걸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꼭 어떤 구체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만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아무리 평범한 직업을 가졌어도 인간관계를 통해서 영감을 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모든 사람이 소소한 것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