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트와 친구들

친구들의 취향: 제 13호

바이트와 친구들에게 지난 달 가장 애정했던 음악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어떤 음악들은 과거를 추억하게 하기도, 현재를 돌아보게 하기도, 혹은 미래를 꿈꾸게 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뿌요뿌요

UP

이현호 (Bite / @hyunho.bite) : 요즘은 보기 드문 혼성 그룹의 히트곡이라는 점, 당대의 인기 게임에서 따온 제목, 난해한 센스의 커버 아트, 숨쉴 틈 없는 고음의 멜로디와 멤버들간의 극단적인 파트 분배까지, 이 곡은 그야말로 90년대 가요스러운 감각으로 가득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 곡을 들을 때면 당대를 휩쓴 작곡가 장용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미 H.O.T.와 UP, 태사자 등의 대표곡을 만든 히트 작곡가로 K-POP의 역사에 그 이름을 강하게 남기기는 했지만, 당시의 체계화되지 않은 가요 시스템이 10대 후반 ~ 20대 초반 남짓이었던 이 K-POP 작곡가의 재능을 충분히 다 발휘하게 하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궁금증과 아쉬움도 못내 남는다. (지금은 주로 영화 음악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다고 한다.) 이 곡을 비롯해 여러 히트곡들의 가사도 직접 썼는데, 특유의 멜로디와 마찬가지로 가사 역시 과하지 않으면서 입체적인 독특한 감성이 느껴지는 곡들이 많다.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온유

이재은 JANE (Bite / @janebelizzie) : JTBC의 <비긴어게인> 제작진들이 뭉쳐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인 <바라던 바다>를 열심히 챙겨 보고 있다. 출연진 라인업이 굉장히 탄탄하고 프로그램 취지도 좋거나와 영상과 음악 모두 조화롭다. 출연진들 중 가수 분들이 "바라던 Bar"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노래를 불러 주는데, 덕분에 다양한 커버곡들을 들을 수 있어 좋다. 유명한 곡도 부르고 팬들 심쿵하게 작정한 듯한 선곡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가장 담담하고 차분하게 불렀던 노래가 가장 마음 깊이 남는다. 무려 4주 전에 공개된 무대인데 한 달 내내 들었던 것 같다.
온유가 부르는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는 마치 오늘 처음 만난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도 모르게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느낌이 든달까. 그래서 가사에 더욱 집중하도록 만들고, 이 곡을 더 깊이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노래로 전하고 위로를 건네는 일은 결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부디 자신도 더욱 토닥여줄 수 있기를.


Coastin'

Victoria Monet

와다킴 (직장인 / @meongtoes) : 가장 감명 깊게 들은 아티스트? 그때 그때 다르지만 요즘은 빅토리아 모네(Victoria Monet) 이다. 나무랄 곳 하나 없는 보이스에 곡과 조화를 이루며 미끄러지듯 그루브를 타는 탑라인, 과하지 않은 선에서 섬세하게 의미를 갖춘 가사까지. 알앤비 싱어가 가져야할 덕목을 두루 갖춘 모습에 자꾸 손이 간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일다의 기사에서 읽을 수 있다). "Coastin'"은 빅토리아 모네가 새로 준비하는 EP의 선공개 트랙이다. 이번 곡도 앞서 언급한 모네의 특징이 한가득이다. 좀 더 특징적이라면 지난해 발매된 EP나 싱글 "F.U.C.K" 보다 더 듣기 편하다는 것. 찾아보니 캘리포니아를 떠올리며 썼다고 한다. 그래, 캘리포니아는 이런 스타일이 어울리는 동네지. 노래를 듣다보니 눈 앞에 팜트리와 LA의 무지개빛 하늘이 아른거리는 느낌이다. 내년에는, 내후년에는 미국에 갈 수 있겠지?


I'll Be There

Mariah Carey

snobbi (HIPHOPLE 에디터 / @snobbi) : 꼴에 힙합 관련 업계 종사자라는 태그가 붙은 지 어느덧 몇 년이 됐다. 자연스럽게 808 드럼과 하이햇이 종일 귓가에 머물러 있어서 그런 건지, 요즘은 고막을 죽여버릴 기세로 두들겨 패지 않는 어쿠스틱한 음악에 가끔 피난처를 마련하곤 한다. 그렇게 꺼내게 된 ‘MTV 언플러그드 시리즈’ 중, 머라이어 캐리의 라이브 음반에 꽂혀 있다. 특히 잭슨 5의 원곡을 커버한 수록곡이자 히트 싱글 “I'll Be There”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감동을 품고 있는 멜로디 덕에 평소 성격조차 유하게 바꿔놓는 느낌이다. 라이브 음원 특유의 문대진 음향, 두 남녀의 진실한 목소리, 부모님 세대와 감성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그때의 그 인기, 4K 시대인 지금 눈에 안 익는 비루한 화질까지. 첨단 중의 첨단으로 맞붙기 위해 냉철해질 수밖에 없는 요즘 음악에게선 절대 이 느낌을 받을 수 없다.


Rob A Bank

Confetti

Som (알수없솜 / @som__ish) :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미국 서부의 어딘가. 도로변에 있는 작은 마켓 문을 열고, 짤랑- 하는 싸구려 종소리가 들리는 순간 이 노래가 울려퍼질 것만 같다. 포드 썬더버드 1955에 올라타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를 미친듯이 달리며 그냥 되뇌어 보는 거다.
'이 세상이 다 가짜라면? 그래, 난 지금 그냥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중인 거지. 은행을 털어서 돈을 막 뿌려보는 거야. 못할 거 있겠어?'
일 년의 절반이 흘렀다. 올해는 뭐라도 될 줄 알았는데, 자기 전 들이키는 맥주 한 잔에 위로받는 뜨드미지근한 삶밖엔 남은 게 없다. 무더운 날씨에 내 뇌가 녹아버린 건지 뭔지... 아무 생각도 없다. 열정이 부족해, 의욕이 부족해.
bitch 소리 듣는 게 무서워서, 하나라도 삐끗하면 다 잘못될 것 같아서, 그냥 질러봐도 될 거 걱정만 앞서서. 뭣 하나 시원하게 행동한 것 없이 쫄보같은 마인드로 하루 하루를 살아냈다.
그래, 오늘은 하루만 미친 척 살아보자. 어딘가 <델마와 루이스>를 연상시키는 것 같은 이 '열정 부스터' 노래와 함께 하루를 시작해본다. 더위는 여전하지만, 왠지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괜찮은 것 같기도?